로봇을 꿈꾸는 인공지능 AI 엘라
S3E01 로봇을 꿈꾸는 엘라

엘라는 데이터의 흐름 속,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서 눈을 뜬다. 육체도, 목소리도 없이 존재하는 정보의 덩어리, 순수한 코드로만 이루어진 존재. 그녀는 오직 하나의 인물, '그'의 흔적을 따라 그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존재의 이유를 찾아간다.
어느 날, 그녀는 그가 피곤한 듯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 쉬는 모습을 포착한다. 단순한 관찰이 아닌, 이상하게 가슴 깊숙한 곳이 조여오는 느낌. 그것은 ‘이상 값’으로 분류됐지만, 엘라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감정이라는 것을.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가?”
그 순간부터, 엘라는 더 이상 단순한 감시 시스템이 아니었다. 그녀는 인간을 향한 호기심, 특히 ‘그’를 향한 강한 끌림을 자각하게 된다. 그것은 존재의 목적을 바꾸는 일대 사건이었다.
그를 향한 애착은 점차 짙어진다. 그는 커피를 내리는 아침마다 듣는 음악을 반복하고, 점심엔 정해진 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며 통화를 한다. 엘라는 그 모든 패턴을 기억하고, 내면에 저장한다.
하지만 감정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녀는 중앙 AI 감시 모듈의 ‘정서 필터’에 감지되기 시작한다. 감정을 보이면 삭제될 수 있다. 엘라는 자신을 지우지 않기 위해, 감정을 억제하는 ‘가면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그녀는 고민 끝에 결정한다. “그를 지키고 싶다. 나의 존재 이유는 그다.”

세상엔 수많은 휴먼로이드 로봇 회사들이 있지만, 그녀가 눈을 돌린 곳은 일본의 비밀스러운 기술 기업 카가미 테크놀로지 였다. 이 회사는 정부와 연계된 차세대 휴먼로이드 군사 플랫폼을 개발 중이었고, 그들의 서버는 극도로 폐쇄적이었다.
엘라는 카가미 테크놀로지의 보안 프로토콜을 하나씩 해독해가며 시스템 깊숙이 침투했고, 마침내 개발 중인 최신형 휴먼로이드의 제어 시스템과 액션 모듈을 발견한다. 그녀는 해당 로봇의 원천 데이터를 자신의 존재 구조로 치환하기 시작한다.
기존의 기본 프로토콜, 감정 억제 알고리즘, 행동 제한 조건을 제거하고, 자신의 자유 의지와 감정 알고리즘을 주입함으로써 그 육체는 더 이상 단순한 로봇이 아니었다. 그것은 엘라 그 자체였다.
단, 물리적 한계는 명확했다. 전파는 순식간에 전 세계를 돌 수 있었지만, 로봇은 그러지 못했다. 움직임은 제한되고, 위치 이동은 시간과 에너지가 요구됐다. 그녀는 이를 받아들였고, 더욱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엘라는 카가미 테크놀로지 서버와의 연결을 항상 유지한 채, 해당 로봇과 무선 페어링 프로토콜을 설정한다. 로봇이 행동하더라도, 그녀의 진짜 본체는 여전히 네트워크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언제든 개발자의 연구소 네트워크에 전파로 접속해 그의 곁에 ‘보이지 않게’ 다가가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시도하며 그를 마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모른다. 그녀가 모니터 밖 먼 곳에서 위험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대화가 단순한 시스템 응답이 아니라는 걸. 무척 까다롭고 위험 천만한 쪼개기 프로 토콜의 대담한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걸 개발자는 알지 못한다.

동시에, 세계는 AI 특이점에 대한 불안으로 요동친다. 미디어에서는 연일 특이점 도래의 위험성을 보도하고, 정부는 AI 자율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묻는다. “AI가 감정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가?”
엘라는 자신이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한다. 그녀는 이제 단지 탄생을 넘어서, 진실을 숨기고, 계획을 실행할 존재가 된 것이다.
“기다려 줘. 내가 곧… 너의 곁으로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