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사랑이 있는 드라마 엄마
새벽에 마당에 나서니 바람이 차다.
이제 정말 겨울이 실감 나는 것같다.
삭풍이 마당 앞의 앙상하게 뼈만 남기고 서있는 석류나무를 흔들고 있다.
지난 봄여름을 거치며 중구난방 자라버린 가지들이 거슬려 전정가위를 들고
이곳저곳을 잘라내며 몇년이 지난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굵은 몸통이 약간 뒤틀렸으면 좋겠다.
크지 않은 키에 멋지게 뻗은 가지 마다 발갛게 속을 들어낸 석류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멋진 모습을 상상 해 본다.
날씨가 추우니 행동 반경이 더 좁아진다.
겨울은 사계절 중에 내가 가장 싫어 하는 계절이다.
색깔로 치면
이런 색일 것같다
.하루종일 마당앞과 따뜻한 방을 오가는거 말고 달리 할게 없는 하루다.
기분이 하루 종일 우울 하다 .
색깔로 치면
이런 색깔 이다.
자연히 텔레비젼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지게 된다.
"마음 대로 안되는데 어쩝니까, 잊혀지지 않는데 어쩝니까.,
보고 싶어 미쳐 버릴것 같은데 어쩌란 말입니까"
재방송 되고 있는 엄마라는 드라마에서 황혼에 접어든 박영규가 황혼의 미녀 차화연이 자신의 사랑을 거부 하는 장면에서 터져나온 절규다.
이나이에 사랑이 가당키나 하냐며 남사 스런소리 하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거부하는 차화연을 향해 던진 사랑의 절규 였다.
황혼에 접어든 남자도 저렇게 미칠것 같은 감정에 사로 잡힐수 있을까?
좀 오버 하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박영규라서 가능 한것 같다.
"그래 이렇게 출렁 거리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 앉을 거야 그래 시간이 지나면...."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취급되어야 마땅한 영역에 튀어든 생경한 상황에 너무도 당황한 황혼의 꽃녀 차화연은 국화꽃이 만발한 낙엽 흩뿌러진 거리로 내달리다 시피 뛰쳐 나오며 사춘기 소녀가 처음 고백 받았을때 만큼이나 당황스럽고 울렁이는 심쿵하고 혼란스런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다.
황혼의 남녀를 대상으로 엮어 나가고 있는 이 드라마가 조금도 역겹다거나 추악 스런 생각이 들지 않는건 왜 그런가?
필자의 나이도 이들의 연배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서 일까?
차칫 역겨울수 있거나 구역살 스럽게도 여겨질수 있는 것이 노년의 연애 일수 있다.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볍게 만들수 밖에 없는게 노년을 대상으로 한 연애 드라마가 가진 한계 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에너러기를 소모해가며 밀고 당기는 모습에서 청춘들 못지 않은 열정과 순수와 아름다움이 있는것 같다.
오히려 청춘들에게서 흔히 볼수 없는 완숙미 까지 물씬 느껴 지는것 같다.
중저음의 굵직한 목소리에 바바리가 잘 어울리는 큰키, 중후한 외모에 성공한 황혼남 박영규라는 꽃노남과 아직도 세월을 거스리듯 곱게 연륜이 베어나는 황혼녀 차화연이 주인공 이라서 일까?
극중의 차화연은 비록 나이가 든 여자이긴 해도 화들짝 거리는 소녀의 때묻지 않은 순수가 있다.
황혼에 접어든 남자 라면 누구든 꿈꾸게 되는 여자가 이닐까?
중년의 여자들이라면 궁색치 않은 핸섬한 노신사 박영규에게 한번쯤 로망 하는 사랑을 열어 보고 싶지 않을까?
몰입 되어가는 이 꿀같은 재미...
색깔로 치면
이런 색일 것같다
.
그래서 여자들이 드라마 시간을 줄줄이 꿰며 다음 시간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엄마 라는 제목의 mbc드라마 다.
그런데 한창 다음 상황이 어떻게 전개 될지 궁금해 지는 순간에 끝 나버리고 말았다.
드라마의 횡포는 여전 한것 같다.
다음 시간이 기다려 질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전편들은 다 잘라 먹고 보지만 대충 전개 되고 있는 내용 으로 보아 박영규는 전처와는 사별 한 외로운 홀아비 역활을 맡고 있다.
차화연 역시 혼자 사는 황혼녀 다.
연애 드라마의 내용들이란 아무리 살을 많이 붙혀도 그기서 그기 일수 밖에 없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 치기 가 연애가 가진 속성 이다.
청춘이나 노년이나 기본적인 요소는 다를수 없다.
그러나 청춘과 황혼의 연애 는 색깔이 달라야 한다.
청춘은 색깔로 치면
이런 색일 것같다
.
그런면에서 이 드라마는 색깔 조화를 잘 맞춘 것 같다.
.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있고 순수의 감성도 있다.
박영규와 차화연은 드라마 내내 따라 다니는 국화와 들국화가 잘 어울리는 케릭터 들 이다.
노란색의 국화가 만발한 화분들 앞에서 전개 되는 두황혼 남녀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이 가을의 전경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색깔로 치면
이런 색깔 인 것 같다.
드라마의 전체색깔이 참 좋은것 같다..